실패. 남에게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.
실패는 상대적이다. 나한테는 크지만 남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고, 그 반대일 수 있음.
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이야기하기 망설여지고, 대개는 그대로 묻어버린다.
실패를 이대로 묻어버리면 괜찮은가?
굳이 안좋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내서 써야 하는가?
1. 제대로 된 위로가 필요하다.
그 때 그 일을 나만큼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다. 고로 나만큼 나를 충분히 위로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.
그 시점 그 사건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현재의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그 기억을 끄집어내야 한다.
2. 실패는 나와 내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퍼즐조각이다.
그 경험이 알게 모르게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.
내가 가진 자격지심, 열등감, 편견, 무조건적인 선호 등 나를 좌우하는 나도 모르는 감정들에 휘말릴 수 있다.
현재 나의 상태는 어떤 실패와 관련이 깊을 가능성이 있다.
내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 '나의 실패'일 수 있다는 것이다.
조금 가슴아프더라도, 실패의 기억과의 관계 정리를 위해 한번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.
실패와 마주하기.
이제와서 돌아보면 별거 아닐 수 있다. 훨씬 편한 마음으로 그 때의 상황을 바라보자.
그 때 실패하며 다짐했던 교훈들, 지금 잊고 살아간다면 리마인드할 기회로 삼아보자.
가벼운 실수에서부터 시작해보자.
어이없는 실수를 떠올려보자.
나는 중학생 때, 담당 체육 선생님한테 혼날 일이 있었다.
그 체육선생님은 나더러 엎드려(뻗쳐)라고 무게잡고 말을 했는데,
그 말을 못 알아들은 나는 그 체육선생님 등에 업혔다.
엎드리라는 놈이 갑자기 등에 업힌 그 체육선생님도,
밑도끝도 없이 선생 등에 업힌 나도 뻘쭘한 순간이었다.
조금 더 아찔한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.
하지 말았어야 되는데 해버린 말들. 또는 그 반대의 경험.
20대 철 없던 시절 몇 안되는 경험의 내 연애들을 돌이켜보면 그랬다.
이런 경험들은 돌이켜 생각하고 정리해 두지 않으면 반복이 되고, 인성이 된다.
왜 그런 말을 했을까? 혹은 왜 그 말을 하지 못했을까
어떤 선택이 후회가 남았을까?
선택 이후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? 혹은 그 선택으로 누군가가 실망을 해서?
후회되는 선택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따져보자. 또 다른 선택지는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보자.
엉뚱한 오해를 사게 되어 억울했던 경험도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.
당시에는 억울함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겠지만
돌이켜보면 그사람은 왜 오해했을까, 그사람의 입장은 어땠을까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.
실패로부터 발견하는 나, 그리고 위로
우리는 실패를 의도적으로 기억 깊숙한 곳에 묻어버리고 산다.
후회만 한다면 살아나아가기 힘들기 때문에.
진학실패, 취업실패, 연애의 끝, 사업실패 등 여러가지 실패가 있을 텐데
그 실패를 가만히 들여다보자.
하고 싶은 일을 못해서 실패였는가?
시작과 끝이 달라서 실패였는가?
하기는 했는데 끝내놓고 보니 내가 원했던 게 이게 아니었던가?
실패의 종류, 실패라고 판단한 기준, 낙담한 이유들을 돌이켜 보고 나면
지금 생각해도 그 실패가 실패였는가를 돌이켜보자.
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, 전화위복이라는 말 처럼 실패로 인한 새로운 출발이 있을 수 있다.
실패로 인해 가지 못한 길, 가야만 했던 새로운 길이 기회가 되었을 수 있다.
경제학에서의 기회비용처럼 모든 길 옆에는 가지 못한 길이 있다.
길에서 잠시 서서, 내 길이 성공인지 옆 길이 성공인지 생각하다보면
실패에 대한 관점이 새로워질 수 있다.
이것이 낙담한 나를 위로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.
실패를 쓰는 방법.
사실에 대한 서술보다는 지금에 내가 그때의 나한테 편지를 써 보자.
반대로 그때의 내가 되어 지금의 나에게 편지를 쓰고 의논을 나눠볼 수도 있겠다.
실패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쓰자.
나를 독자로 삼아,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이니 용기를 내어보자.
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 누구나 하고 있는 생각이 아닌
나를 대변하는 것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생각과 감정과 나만이 경험했던 실패와 좌절을 써보자.
나를 표현하는 일, 남과 다른 내가 대변되는 것이 글쓰기이다.
실패하지 않는 자는 없다.
내가 생각하는 나의 실패를 진솔하게 쓰고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
나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, 스스로를 보듬어주고 격려해줄 수 있다.
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등도 토닥여주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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